[한국기술뉴스]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화학공학과 서동화 교수 국제공동연구팀은 고성능 무질서 암염 전극 설계 원칙으로 여겨지던 ‘리튬 과잉 조성’ 원리가 특정 무질서 암염 소재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리튬 비율을 고가의 전이금속 대비 35%이상 높게 설계하는 리튬 과잉 조성은 전극 성능은 높이지만 동시에 전지의 수명을 줄인다고 알려졌었는데, 연구진이 이 원칙을 뒤집는 물질을 찾아낸 것이다.
캐나다 맥길(McGill) 대학교 재료공학부 이진혁 교수, 미국 MIT 쥐 리(Ju Li) 교수가 함께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에너지재료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에 5월 6일자로 공개됐다.
코발트, 니켈 같은 고가 희귀금속이 다량 포함된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리튬이온배터리) 셀 가격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값싸고 매장량이 풍부한 망간, 철 등이 많이 포함된 무질서-암염(Disordered rock-salt) 소재가 새로운 양극재로 주목받고 있다. 상용소재 대비 용량도 30~50% 이상 커 전기차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을 저장할 대용량 배터리 소재로도 적합하다.
하지만 무질서 암염 양극재의 짧은 수명은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이 양극 소재의 고용량 성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일반 양극재보다 리튬 함량을 높게 설계해야만 했다. 그런데 소재 내 리튬 함량이 높으면 불안정한 산소가 전극 밖으로 잘 새나가 전지 수명이 주는 문제가 있다.
공동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망간, 바나듐과 같은 특정 금속 기반 무질서 암염 소재는 리튬 함량을 줄여도 고용량 전극의 성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며, 수명은 기존 보다 2배 이상 좋아졌다. 반면 니켈이나 코발트 금속 기반 무질서 암염 소재는 기존 이론대로 리튬 함량을 높을수록 전극 성능이 좋다.
연구진은 리튬 함유량이 다른 두 종류의 망간 기반 무질서 암염 소재를 이용한 실험과 밀도범함수 이론 기반의 양자역학 모델링 기법을 통해 기존 이론에 배치되는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제1저자이자 공동교신 저자인 이진혁 교수는 “리튬 함량은 줄이면서도 고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무질서 암염 소재가 새롭게 밝혀져, 고가의 배터리 양극소재를 값싼 무질서 암염소재로 대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서동화 교수는 “전기차 뿐만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 증가로 값싸고 용량이 큰 배터리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무질서 암염 소재가 상용화 된다면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 이라고 기대했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과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슈퍼컴퓨터를 지원받아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