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뉴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과 로봇스타트업 ㈜에프알티가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작업에 필요한 근력을 현장작업 맞춤형으로 지원해주는 웨어러블로봇 ‘스텝업(Step-Up)’을 개발했다.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자는 2011년 약 5천명에서 2019년 2배가량 증가해 약 1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리디스크처럼 주로 목, 어깨, 허리, 팔다리 관절에서 통증이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은 무거운 물체를 들거나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반복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육체 근로자에게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스스로 진행 경과를 체감하기 어려우며 대부분 심각해진 다음에야 병원을 찾고 산재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질환자는 생활고나 실직을 겪기 쉬우며, 기업도 상당한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생기원 로봇응용연구부문 출신이자 현재 ㈜에프알티 대표인 장재호 박사는 2010년 소방·국방용 웨어러블로봇 ‘하이퍼’를 개발한 경험을 기반으로, 지난 5년간 건설·물류·제조 근로자를 위한 산업용 로봇 ‘스텝업’ 개발에 주력했다. 그런데 산업현장은 작업 환경이나 종류, 수행방식에 따라 로봇에 요구되는 제원과 기능이 제각기 상이하다. 이 때문에 매번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과정이 반드시 필요해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되어왔다.
장재호 박사는 외골격 형태, 구동방식, 부품 등을 ‘모듈화’ 함으로써 수요자맞춤형 로봇을 저렴하고 신속하게 제작해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예를 들어 작업에 필요한 힘의 크기에 따라 유압, 전기모터, 스프링의 3가지 구동방식 중 중량물 작업에는 큰 힘을 낼 수 있는 ‘유압식’을, 허리나 무릎 등을 자주 쓰는 가벼운 작업에는 ‘전기모터’나 ‘스프링’을 적용한다. 이 같은 모듈화 방식을 통해 커스터마이징에 필요한 기간과 비용을 기존 1년간 10억 원에서 현재 3개월간 2천만 원 수준으로 대폭 절감해 시장경쟁력을 확보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제품개발을 끝마치고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해 현재 한국타이어, 산림청, 요양원 등에 로봇 15대가 납품되어 시범운영 중에 있다. 납품된 로봇은 사양에 따라 1대당 500~700만 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다. 또한 근력지원뿐만 아니라 온·습도와 같은 작업환경 데이터 및 근로자의 작업량 측정, 원격 모니터링 등 IoT 기능까지 추가 가능한 모델이다.
특히 한국타이어의 경우, 현재 타이어정비소 ‘티스테이션’에서 20㎏ 내외의 무거운 타이어를 옮기거나 교체하는 작업에 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로봇 도입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KAIST와 함께 근전도, 산소포화도 검사 등의 임상시험도 병행하고 있다.
검증이 완료되면 올해 7월부터 대전, 금산 공장의 품질검사, 비드(bead) 공정 및 연구소 주행실에 추가 도입하고, 향후에는 미국, 헝가리,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자사 글로벌 공장에도 단계적으로 확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장재호 박사는 “모듈형 작업맞춤 웨어러블로봇이 상용화되어 산업현장에 배치된 것은 세계 최초 사례로, 요즘 산업계의 화두인 ESG 경영에 매우 부합하는 로봇”이라며, “실용화 기술개발의 산실이었던 생기원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기반으로, 앞으로는 세부 제원은 다소 낮추더라도 더욱 저렴한 맞춤형 로봇을 널리 보급해 건강하고 안전한 근로환경 마련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SG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의 약자,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경영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