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뉴스] 한여름 자동차 표면은 대기나 지표면보다 뜨겁다. 금속은 대기나 지표면과 달리 태양광을 흡수한 후 공기 중으로 다시 열을 방출(복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건축물, 통신장비 같은 야외 금속구조물 표면에 방열판을 부착하거나(전도), 강제로 바람을 일으키는(대류) 냉각 방식을 이용하는 것도 복사를 통한 열전달이 안 되는 금속의 특성 때문이었다.
이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금속에서도 열복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김선경 교수(경희대학교 응용물리학과) 연구팀이 추가적인 에너지 없이 열방출을 유도하는 나노구조를 통해 금속표면의 열복사를 유도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두꺼운 방열판으로 열을 옮기는 대신 열복사를 돕는 나노구조를 도입한 아주 얇은 금속판으로 금속 자체가 냉각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실제 겨울철(평균대기 약 0∘C) 야외 태양광 노출 실험에서 나노구조가 적용이 안 된 기존 구리판과 비교하여 약 4∘C 이상의 냉각 효과를 확인하였다. 여름철(평균대기 약 25∘C)을 가정하여 시뮬레이션 한 결과 10∘C 이상의 냉각 효과가 예측되었다. 뜨거울수록 열복사 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여름철 냉각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핵심은 널리 쓰이는 금속인 구리판에 두께 500nm의 황화아연을 코팅하고, 그 위에 정사각형 모양의 구리 타일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틈새 플라스몬”구조를 제작한 것이다. 금속 판 위에 얇은 유전체를 코팅하고 그 위에 정사각형의 금속 타일을 얹으면 틈새의 유전체 영역에 빛이 강하게 모이는 틈새 플라스몬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틈새 플라스몬이 금속이 “흑체”와 같이 행동하도록 도와 금속 표면에서도 강한 열복사가 나타나도록 한 것이다.
기존 전도나 대류를 이용하는 냉각방식이 소형화가 어렵고 추가적인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이 제시한 나노구조를 도입해 만든 복사 냉각 기술은 구리, 알루미늄, 은, 백금 등 산업체에서 쓰이는 모든 금속에 적용 가능하고, 얇고 신축성이 있어 다양한 모양의 금속 발열체에 부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지원사업(중견후속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레터스(Nano Letters)’에 4월 21일 게재(온라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