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뉴스] 부산대학교 나노과학기술대학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정세영 교수와 기초과학연구원 나노구조물리 연구단 이영희 단장, 성균관대 물리학과 최우석 교수 공동 연구진이 단결정 구리박막의 표면 산화층을 조절해 360가지 이상의 총천연색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단결정
단결정 (single-crystal)은 전체 시료 내 원자들이 연속적·주기적으로 배열된 고체상태를 말한다. 그레인(grain)은 한 방향으로 배열된 영역을 말하는데 전체 시료가 단 하나의 그레인이면 단결정이지만 보통의 물질은 이런 그레인들이 1012개 정도로 아주 많고 이들 간의 경계인 그레인 경계(grain boundary)는 물리적 특성을 나쁘게 만든다. 그레인 경계가 전혀 없다는 것은 단결정만이 갖는 고유한 특성이다.
자유의 여신상은 구리(31톤)와 철(125톤)로 만들어졌으며 처음에는 붉은 빛의 금속색을 띄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녹이 슬어 탁한 청녹색으로 변해 지금의 색을 띄고 있다. 이처럼 금속의 산화는 여전히 현대과학으로도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남겨진 숙제 중 하나이다. 특히 구리의 산화는 규칙성이 없어 방향성을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공동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원자 스퍼터링 에피택시(ASE, Atom Sputtering Epitaxy)’ 장치를 개발해 기존의 박막 결정성장 장비에서 구현할 수 없는 0.2nm의 수준의 초평단 단결정 구리박막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이를 이용해 구리의 산화 방향을 제어하고 산화층 두께를 원자층 수준으로 조절하는 데 성공했으며, 균일하게 산화된 구리 표면이 두께에 따라 선명한 총천연색을 표현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뿐만 아니라 레이저를 사용해 미소(微小)영역만을 선택적으로 국부산화시키는 새로운 산화 식각(oxide-lithography) 기술을 선보여 산화를 식각 기술에 적용하는 개념을 처음으로 구현했다.
국부산화는 산업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기술이지만 일반적인 금속에 레이저를 쪼일 경우 열에 영향을 받아 부식된 색을 보이는 열영향부(heat-affected-zone, HAZ)의 발생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원자 스퍼터링 에피택시(ASE)에 의한 단결정 박막을 사용할 경우 HAZ를 최소화할 수 있고 후가공에 의한 투명산화층이나 p형 반도체* 영역 삽입 등은 물론이고 0-, 1-, 2-차원**의 산화식각이미지를 금속 표면에 구현할 수 있어서 복제 불가한 암호식각, 반도체 소자 제작 등에 획기적 기술로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p형 반도체
주요 전하 운반자로 홀이 사용되는 반도체다. n형 반도체의 경우 전자가 전하를 운반하는 반면 p형 반도체는 양의 전하를 가지는 홀이 운반자로서 이동해 전류를 흐르게 한다. 반도체에서는 n형과 함께 p형이 꼭 있어야 소자 제작이 가능하다.
0-, 1-, 2-차원
차원은 공간의 차수를 나타내는 수학적 표현으로 물질에서 0차원은 점, 1차원은 선, 2차원은 면, 3차원은 체적 공간을 나타낸다.
공동교신저자인 정세영 부산대 교수(단결정은행연구소장)는 “구리의 산화가 완벽하게 제어되는 것은 나노기술과 재료과학 및 물리학적 지식이 융합된 첨단 기술로서 학문적으로 그리고 산업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우리 생활 주변에 가장 흔하다고 생각했던 구리를 이제 다른 시각에서 봐야할 시점이 되었다”며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연구결과는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Advanced Materials)’에 3월 9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