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뉴스] 고려대학교 이과대학 화학과 윤효재 교수팀은 금속 소재 개발에서 인류가 오랫동안 활용해온 ‘합금’개념을 유기나노소재에서 구현해 유기분자를 전자소자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 스마트기기, 자율주행 자동차 등의 4차 산업 기술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양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난 수십 년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고집적화를 위해 막대한 인력과 개발비를 투자했고 그 결과 오늘날 반도체 공정 기술은 한 두 자릿수 나노미터까지 발전했다.
분자는 그 크기가 1nm 내외로서 개별 분자를 반도체 소자에 도입할 수 있다면 고집적화 기술의 한계 극복을 가능하게 해줄지 모른다. 이런 꿈 같은 이야기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40여 년간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상업화를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내구성 및 안정성을 들 수 있다. 1nm 두께의 극도로 얇은 단분자 박막을 전극 표면에 형성할 때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구조적 결함들은 단분자 박막이 높은 전압을 견디지 못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분자 전자학 연구는 어쩔 수 없이 낮은 전압에서만 연구가 되며 높은 전압에서는 회로 단락(쇼트)을 일으켜 회복 불가능한 실패 소자가 된다.
합금(Alloy)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오래된 소재 설계 개념이다. 금속에 다른 금속 또는 원소를 합쳐서 얻는 금속 성질을 띤 물질을 총칭하며 원래의 금속과는 다른 특성을 지닌다. 고순도의 단일 금속은 일반적으로 강도와 경도가 좋지 않아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합금으로 만들어서 사용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금속 재료들은 합금의 형태를 띈다.
윤효재 교수 연구팀은 합금을 통해 금속소재의 내구성을 향상시킨 사례에 주목했다. 유기 단분자 박막에 합금 개념을 적용하여 수 볼트 전압에서도 견딜 수 있게 한다면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되는 분자전자소자의 저전압 구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크기가 다른 두 금속 원자로 합금을 만들면 크기가 큰 원자 사이사이에 형성되는 빈 공간에 작은 원자가 채워짐으로써 단단한 틈새 합금이 생성되는 원리를 단분자 박막에 적용했다. 매트릭스 분자와 보강 분자를 반복적 분자 표면치환반응이라는 방법을 통해 섞어서 틈새 혼합 단분자 박막을 제작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전기화학 및 분광학적 표면분석과 함께 서울시립대학교 화학과 장락우 교수 연구팀의 분자 동역학 계산을 통해 틈새 합금과 유사한 개념이 단분자 박막에서 구현됨을 규명했다.
대개 순수한 단분자 박막은 불순물이 없어서 단분자층의 구조적 안정성이 높아 소자 구동 시 높은 항복 전압을 보이며 원하는 전기적 특성 구현에 이롭다는 것이 분자전자학 연구 분야에서 널리 받아들여진다. 이번 연구에서는 그러한 고정관념을 깨는 연구 결과를 발견했다. ReSEM을 통해 제작된 혼합 단분자층(imSAM)은 매트릭스 분자로만 이루어진 순수 SAM 대비 전기적 안정성이 월등히 향상됨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고전압에서의 분자전자소자의 전기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Nano Letters’에 4월 2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