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뉴스] 한국 연구자가 주도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하프늄옥사이드의 메모리 성능을 이온빔만 쏘는 공정만으로도 3배 이상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성균관대 김윤석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김영민 에너지과학과 교수,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허진성 연구원, 세르게이 칼리닌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연구원 연구팀은 12일 하프늄옥사이드에 이온빔을 쏘아 강유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학술적 영향력을 인정받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12일자에 소개됐다.
강유전성은 외부 자기장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 물체 일부가 양극이나 음극을 띤 후 성질을 계속 유지하게 되는 특성이다. 반도체 소재가 강유전성이 크면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본구조인 0과 1의 차이가 커져 저장된 데이터를 보다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강유전성을 지니는 물질을 쓰면 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막에서도 반도체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40여 년 전 이미 제안됐다. 특히 하프늄옥사이드는 50nm에서 급격히 강유전성이 줄어드는 다른 물질과 달리 수 nm에서도 강유전성이 커 주목받았다. 그러나 하프늄옥사이드도 강유전성을 높이려면 여러 차례 전기장을 가하는 것과 같은 복잡한 후처리 과정이 필요했다. 여러 공정 조건에 따라 강유전성에 크게 차이가 났다. 실제 공정에 적용하기에는 한계점이 커 구현이 힘들었다.
연구팀은 이온빔 하나만으로 하프늄옥사이드 강유전성을 쉽게 조절하면서 정도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하프늄옥사이드의 강유전성은 산화물 재료 결정구조에서 산소 원자가 빠진 자리를 뜻하는 ‘산소 공공’과 관계가 크다. 연구팀은 하프늄옥사이드에 이온빔을 쏘는 것만으로 산소 공공의 양이 조절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실제로 이온빔을 하프늄옥사이드에 적용한 결과 강유전성이 3배 이상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하프늄옥사이드의 산소 결함 밀도와 연계된 결정구조 변화가 강유전성을 높인다는 것도 확인됐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강유전성을 활용한 고효율 반도체 소자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재 방법론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실제 반도체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최적 조건 탐색 등 후속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