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뉴스] 맥파는 심장 박동에 의한 혈액의 흐름이 몸에 전달되는 파동으로, 심혈관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생체 신호다. 맥파 신호를 분석하면 고혈압, 동맥 경화 등 각종 심혈관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맥파 측정 기기는 사용 시 혈압을 잴 때 쓰는 커프(Cuff)나 딱딱한 집게 모양 센서를 착용해야 해 번거로운데다, 그나마도 병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신소재공학과·IT융합공학과 정성준 교수·IT융합공학과 백상훈 박사,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 박성민 교수 연구팀은 UNIST(울산과기원, 총장 이용훈)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고현협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머리카락 두께보다 얇으면서도 정확하게 맥파 신호를 확인할 수 있는 초박막 웨어러블 센서 패치를 개발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우리도 흔히 알고 있는 잉크젯 인쇄 기술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이 인쇄 기술은 반도체 제작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공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아주 얇은 기판 위에 전도성 잉크를 인쇄하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웨어러블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먼저 피부가 촉각을 감지하는 원리를 모사해 압력센서를 만들고, 이 센서를 통해 손을 통해 맥파를 감지하듯 패치가 맥파의 물리적 박동을 감지하도록 했다. 또 연구팀은 손목 위 특정 면적에서 위치에 따른 맥파 신호를 2차원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100개의 센서 픽셀을 가지는 패치 형태를 선택했다. 기존의 웨어러블 맥파 센서는 단일 지점에서만 신호를 측정하도록 되어 있어 동맥 위에 정확하게 두기 어렵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연구팀은 2차원 맥파 지도를 그려 정확한 맥파 신호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압력 신호 세기를 분석해 보이지 않는 동맥혈관 위치까지 추정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연령, 성별, 신체 크기를 고루 고려한 다양한 크기의 센서 패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정성준 교수는 “지금까지 반도체 기술로 알려져 온 잉크젯 인쇄 기술이 차세대 웨어러블 개인 맞춤형 전자기기 개발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연구”라고 말했다.
박성민 교수는 “그간 병원에서만 행해지던 질병의 진단을 일상생활에서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일상에서의 각종 심혈관 질환 사전 진단, 동맥 카테터 삽입 등 다양한 의료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역의 미래를 여는 과학기술프로젝트와 LG디스플레이-POSTECH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