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뉴스] 세계 각지에서 볼 수 있는 딱정벌레는 외관으로 각 종류를 구별할 수 있기는 하지만, 더 정확하게 구분하기 위해서는 딱정벌레의 외피를 편광*1을 이용해 살펴보는 방법을 이용한다. 원편광*2을 비추면 오른-편광과 왼-편광 아래에서의 외피의 빛깔이 서로 다르게 보이는데, 딱정벌레의 종류에 따라 또 달라진다. 이는 외피 층의 나선형 분자구조 때문으로, 자연계에서 원편광 이색성*3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 김태환 교수, 한양대(총장 김우승) 물리학과 천상모 교수·김선우 박사(제1저자), 독일 율리히연구소 김현중 박사 공동연구팀은 바로 이 원편광 이색성이 전하밀도파*4의 나선상 적층배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최초로 확인해 물리학계의 권위지 중 하나인 피지컬리뷰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를 통해 발표했다.
특히 이 연구 성과는 에너지 손실과 발열 현상이 없을 것으로 기대되는 ‘꿈의 소자’인 솔리톤*5 소자의 응용을 앞당길 수 있는 연구로 눈길을 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점차 고도화된 신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해서 방대한 정보를 신속히 처리할 반도체 기술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정보 처리 방법인 이진법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어 다진법 소자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 가운데 4진법으로 동작하는 솔리톤 소자는 정보저장과 연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인간의 뇌와 닮은 소자로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솔리톤을 대량으로 생성하거나 제어하는 것이 지금까지 난제로 남아 있어, 소자 응용에 큰 장애물이었다.
연구팀은 준1차원 전하밀도파의 나선상 적층배열을 특정 원편광을 이용하여 발생시키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를 활용하면 원편광을 조절하여 자유롭게 특정 솔리톤을 대량으로 손쉽게 생성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김태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의 관점을 뛰어넘어 전하밀도파에 나선상 적층 배열이 존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원편광 이색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낸 것에 의의가 있다”며 강조했으며, 한양대 천상모 교수는 “그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위상 솔리톤을 대량으로 생성할 수 있어 솔리톤 소자 응용을 한 걸음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한국연구재단, 포스코 청암재단, 독일 알렉산더 폰 훔볼트 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