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뉴스] WHO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세계적으로 성인의 약 40%가 비만 및 과체중으로 집계되었다. 비만은 체내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인 상태로 단순 미용적 측면의 문제뿐만 아니라 심뇌혈관질환, 근골격계 장애, 당뇨병, 혹은 암 등의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식이요법과 운동 등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유전적 요인이나 식이 및 신체 활동 패턴의 변화 등으로 국내에서도 비만 유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비만 관련 메커니즘과 항비만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최희정 교수 연구진은 “Structural basis of neuropeptide Y signaling through Y1 receptor ”논문을 통해 비만 치료제의 표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뉴로펩타이드 Y1 수용체의 극저온전자현미경 구조를 최초로 규명하여 단백질의 작용 원리와 이를 통한 새로운 비만 치료제 개발 가능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뉴로펩타이드 Y 수용체는 식욕중추를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뉴로펩타이드 Y의 수용체로서 음식 섭취, 스트레스 반응, 불안 및 기억 유지와 같은 다양한 생리적 과정에 관여하며, 비만, 불안 장애 및 암과 같은 질병에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뉴로펩타이드 Y가 결합한 수용체에 하위 신호전달 매개체인 G-단백질까지 결합된 복합체를 정제하고 극저온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삼차원 구조를 세계 최초로 밝힘으로써, 신경전달물질인 뉴로펩타이드 Y가 어떻게 수용체를 통해 하위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시키는지 그 작용 기전을 규명하였다. 본 구조를 통해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리간드-수용체 결합부위를 밝힘과 동시에 리간드 결합에 따라 수용체의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분자수준에서 확인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뉴로펩타이드 Y 수용체에 선택적이고 효율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저분자 화합물 개발 연구를 진행한다면 부작용이 적고 효과적인 비만 치료제의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 연구진은 제안하고 있다.
뉴로펩타이드 수용체는 G-단백질 결합 수용체 (GPCR) 패밀리에 속하는 세포막 단백질로, 사람의 경우 뉴로펩타이드 수용체 외에도 약 800종의 GPCR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 이들 단백질은 다양한 세포 밖 신호를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시각, 후각, 미각 등의 감각에서부터, 신경, 감정, 심혈관, 내분비 등에 이르는 다양한 생리학적 과정에 관여한다. 또한, 현재 판매되는 약의 30 ~ 40%가 GPCR을 표적으로 하고 있어 신약 개발의 중요한 표적 단백질로 여겨지고 있다. 최희정 교수는 서울대 임용 이전, GPCR 구조연구로 2012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코빌카(Kobilka) 교수 연구실에서 세계 최초로 인간 GPCR의 구조를 규명한 바 있는 GPCR 구조 연구의 전문가이다. 최근 극저온전자현미경 (Cryo-EM)을 이용한 구조 규명 기법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신약개발의 주요단백질인, GPCR과 G-단백질 복합체의 구조 규명 연구가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GPCR 단백질 정제가 까다롭고 전자현미경 장비에 대한 접근성이 어렵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국내 연구자들에 의한 GPCR과 G-단백질 복합체의 구조 규명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본 연구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KBSI)과 서울대학교의 Cryo-EM 선도장비를 활용하여 국내 최초로 GPCR과 G-단백질 복합체의 구조를 규명하여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최희정 교수 연구진이 시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지원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그리고 서울대학교 창의선도신진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2월 14일자로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