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뉴스] 빛을 이용해 몸속 깊은 곳을 고통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레이저를 생체 조직에 쬐었을 때 생기는 초음파를 이용해 몸속을 볼 수 있게 하는 광음향 영상은 고통을 주지 않는 영상 장비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광음향 영상으로 생체의 심부(深部) 조직까지 보기는 어려워, 이를 개선하고 임상에 적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포항공과대학교 IT융합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기계공학과 김철홍 교수·박별리 박사 연구팀은 중국 톈진대학교 유미아오 장(Yumiao Zhang) 교수·박사과정 위안멍 딩(Yuanmeng Ding) 씨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생체의 심부 조직을 볼 수 있는 광음향 영상법을 제안했다.
이 연구성과는 계면활성제를 제거한 반도체 고분자 미셀(micelle) 입자*1 기반의 조영제와 1,064나노미터(nm) 레이저를 이용해 쥐의 생체 내 최대 5.8cm 깊이에서 위장과 방광을 성공적으로 관찰한 결과다. 이는 전세계 광음향 전임상 연구 중에서 가장 깊은 영상 침투 깊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조영제는 광음향 영상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질을 말한다.
광음향 영상은 빛을 흡수한 조직이 순간적으로 열팽창하면서 발생하는 음파(광음향) 신호를 초음파 센서로 감지해 영상화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쉽게 얘기하면 번개나 천둥의 원리와 같다. 광학을 이용하는 영상 기술로는 1mm 미만의 얕은 깊이만을 볼 수 있지만 광음향 영상으로는 인체 조직 내 수 cm까지 볼 수 있다.
심부 조직에 위치한 장기를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하는 광음향 조영제에 대한 연구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활용된 650~900nm의 단파장 빛은 생체 깊은 곳까지 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김철홍 교수팀은 1,064nm의 장파장 빛을 강하게 흡수하는 반도체 고분자 미셀 입자에서 계면활성제를 제거한 후 광음향 조영제로 사용했다. 반도체 고분자가 생체적으로 안전함을 검증했으며, 쥐의 위장관, 방광에 조영제를 주입해 최대 5.8cm 깊이에서 광음향 영상을 확인했다.
김철홍 교수팀의 광음향 영상법은 방사선을 이용하는 컴퓨터단층촬영(CT) 등과 다르게 피폭 위험 없이 심부 조직에서 생긴 질병의 진단을 도울 수 있다. 더해서, 1,064nm 파장의 레이저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일반 상용 초음파 장비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철홍 교수는 “이번 연구는 최대 5.8cm로 가장 깊은 깊이의 생체 내 광음향 영상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가치가 크다”며 “이와 같은 전임상 연구는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를 위한 필수 관문으로, 향후 광음향 영상의 임상 적용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BK21 FOUR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결과는 나노 분야 국제학술지 ‘스몰(Small)’에 지난 1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