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뉴스] 전 세계가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0(영)’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에 몰두하는 가운데, 이미 늘어난 이산화탄소를 줄이더라도 일부 지역의 기후변화는 막을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산화탄소가 줄어들면서 열대수렴대의 위치가 남쪽으로 이동해 지속적인 엘니뇨를 유발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주변보다 1~3℃ 정도 높아져 세계 곳곳에서 가뭄·폭풍·홍수·가뭄 등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과 국종성 교수, 박사과정 오지훈 씨 연구팀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늘렸다가 감소시키는 지구시스템모형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 열대수렴대의 위치를 확인한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날 땐 거의 변하지 않았던 열대수렴대 위치는 농도가 줄어들 때 급격히 남하했다. 농도를 원래 수준으로 되돌려도 그 중심은 여전히 남반구에 있었다.
전 지구 강수량의 32%를 차지하는 열대수렴대의 이동은 열대지방과 아열대지방의 강수량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전 지구 대기대순환의 시작점인 해들리 순환을 변화시켜, 전 지구적인 이상기후를 초래할 수 있다. 국종성 교수팀은 이산화탄소 감소 시 빠르게 식는 북반구와 달리 따뜻한 상태로 남아있는 남반구 쪽으로 열대수렴대가 이동함을 새롭게 확인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면 지구의 평균 온도와 강수량은 서서히 예전과 같이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적으로는 기후가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열대수렴대 남하로 인한 강수량 변화는 슈퍼 엘니뇨가 매우 강하게 일어나는 시기의 비나 눈이 내리는 패턴과 상당히 유사하다. 즉, 일부 지역은 슈퍼 엘니뇨가 지속되는 이상기후 상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 결과, 늘어난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면 원래의 값으로 돌아와도 사하라 사막을 포함한 사헬 지대, 지중해 주변 남부 유럽은 연평균 강수량이 현재보다 약 20% 줄어들어 사막화가 더욱 진행됐다. 반면,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는 강수량이 약 15% 늘었다. 특히 강수량 증가가 두드러지는 북·남아메리카 서부 지역은 더 빈번하게 홍수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도 여름철 강수량이 늘어 장마철에 더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었다.
국종성 교수는 “탄소중립 또는 탄소저감 등의 기후변화 완화정책을 수립할 때 지구의 평균 온도와 강수량만 고려하면 복잡한 기후시스템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며 “열대수렴대의 남하와 같은 지역적 변화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는 상당히 오랜 기간 지구에 영향을 미치므로 온실가스에 의한 즉각적인 기후변화 외에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연구재단의 비가역적 기후변화 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 연구의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