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뉴스] 통증 완화에 흔히 사용되는 마약성 진통제를 대신해 말초신경을 국소적으로 냉각해 자극함으로써 통증 신호를 조절·이완하는 새로운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부산대학교(총장 차정인)는 정보의생명공학대학 의생명융합공학부 서민호 교수팀이 생분해성 M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 Micro-Electro Mechanical Systems) 유체(fluid) 채널 기술을 이용해 중추신경으로 통증 신호를 보내는 말초신경을 국소적으로 냉각함으로써 통증을 줄여주는 생체삽입형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흔히 통증 완화를 위해 오피오이드(opioid) 기반의 마약성 진통제가 사용되는데, 이는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중독 및 사망률 증가를 쉽게 가져오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쉽게 일으킨다.
최근에는 체내 통증을 중추신경으로 전달하는 말초신경을 전기적·약학적·광학적·기계적·열적으로 자극하며 선택적으로 통증 신호를 포함하는 말초신경 신호를 조절하고자 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현존하는 기술들은 복잡하거나 크고(bulky) 무거운 기기를 사용해 다양한 자극을 신경에 주기 때문에, 실제 환자 개인에게 적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딱딱한 소재를 사용하거나 자극의 크기 조절이 어려워 의도치 않게 과도한 자극을 생체에 주입하기에 조직 괴사나 염증과 같은 부가적인 손상을 일으킨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부산대 서민호 교수팀은 생분해성 MEMS 유체 채널 기술을 이용해, 작고 가벼우며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간단하면서도 안정적인 방법으로 말초신경을 국소적으로 냉각할 수 있는 생체삽입형 장치 개발에 나서 최근 성공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소자는 흡열 반응을 일으키는 두 유체를 이용한다. 떨어져 있던 각각의 유체 채널이 소자의 끝부분에서 만나도록 마이크로 유체 채널을 설계함으로써 소자의 끝부분에서만 두 유체가 만나 국소적인 냉각을 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이 기술은 상온~영하 20도 범위의 온도를 신속하면서도 가역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데, 미세 유체에 온도 센서가 집적화 돼 있어 온도 조절을 안정하게 함으로써 신경이나 다른 조직에 불필요한 손상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연구진은 쥐를 이용한 전임상 테스트를 수행했다. 살아있는 쥐의 좌골 신경에 이번에 개발한 소자를 삽입한 후 3주 동안 쥐가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게 하며 소자 성능을 테스트한 결과, 이 장치가 생체 내에서도 말초신경 자극 신호를 가역적이고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보였다.
또한 연구진은 소자의 모든 부분을 생분해 및 흡수성(biodegradable, bioresorbable) 재료로 제작하고, 이를 위한 미세가공방법도 개발했다. 이는 다른 형태의 의공학 소자를 제작하는 데도 쉽게 활용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를 주도한 부산대 서민호(제1저자) 교수는 “생분해성 재료로 소자를 만들면 장기적 사용에 따른 체내 염증 반응이나 감염을 최소화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체내 삽입형 소자와 달리 사용 후 제거를 위한 2차 수술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개발 기술의 장점들은 생체삽입형 소자를 이용한 치료 기술의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2022년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John Rogers 교수, 오레곤대학 Jonathan Reeder 교수, 중국 다롄이공대학 Zhaoqian Xie 교수 연구진과 함께 국제공동연구로 수행됐다. 해당 논문은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7월 1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