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뉴스] KIST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하며 '뉴로모픽 컴퓨팅' 연구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던 윤정호 전자재료연구센터 박사가 사람처럼 위험한 자극을 알아차리는 똑똑한 전자소자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의 감각(▲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중 외부자극을 인지하고 추론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화 할 수 있는 반도체 센서시스템을 구현한 만큼 인체 감각모사 휴머노이드, 인공피부, 인공장기 등 개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뉴로모픽 컴퓨팅은 인간의 뇌를 모사하는 알고리즘이다. CPU와 메모리간 데이터를 처리하며 에너지 소모가 많은 컴퓨터와 달리 인간의 뇌처럼 전력소모가 적다는게 장점이다.
윤 박사는 KIST에 근무하기 전부터 뉴로모픽 컴퓨팅을 위한 소재와 소자기술을 연구 개발했다. 2018년 인간 피부에서 아픔을 느끼는 통각수용계 모사 반도체 전자소자를 세계 최초로 발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해당 연구는 연 40회 이상 피인용 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2018년 후속연구다. 지난 연구가 단순히 아픔만 끼는 반도체 전자 소자였다면, 이번엔 사람의 피부처럼 약한 자극에는 적응해 아프다 느끼지 않고 위험한 자극에는 고통을 느껴 반응한다.
그가 통증에 관심 갖는 이유는 효율적인 뇌의 활동과도 연관이 있다. 윤 박사는 "우리 뇌는 무시할 정도의 자극은 인지하지 않는다. 작은 통증에도 다 반응하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이를 모방하고 싶었다"며 "이 외에도 헬스케어 측면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사람을 고통으로부터 지켜주는 것으로 생각해 고통 감지 센서시스템을 개발하게됐다"고 설명했다.
윤 박사는 고통감지 전자소자를 개발하기 위해 인간의 뇌 작용 및 신경시스템 작동 관련 논문을 다양하게 찾았다. 그리고 온도의 경우 사람은 50도 이상을 강한 통증으로, 50도 이하는 약한 자극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감각을 그대로 고통감지 전자소자에 적용했다.
윤 박사에 따르면 약한 자극에는 그만큼 적은 양의 은 입자가 이동을 하게 되는데, 그때 나노 크기 실선 형태의 약한 필라멘트가 형성되고, 마치 백열전구의 필라멘트처럼 발열이 발생해 전기회로가 끊어진다. 이러한 특성을 기반으로 반복되는 외부의 약한 자극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르는 전류량을 줄여 추가 신호를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반면, 많은 양의 은 입자가 소자에 포함되면 두껍고 강한 필라멘트에 의해 전기회로가 만들어지고 열이 발생해도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강한 자극이 가해질 때는 지속해서 고통을 느낄 수 있도록 신호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는 "인체나 휴머노이드 등에 적용할 인공신경시스템은 외부환경에 빨리 적용하는 것이 중요해 전압 하에서 빠른 이동이 필요하다. 은 입자는 전기적 자극에 의해 쉽게 이동하는 성질을 가져 뇌에 전달하는 생체 신호 강도 조절에 용이할 것으로 봤다"면서 "구리도 은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경제적인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추후 구리를 사용해 연구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박사는 앞으로 KIST에서 하고 싶은 연구가 많다. 현재 진행 중인 외부자극뿐 아니라 뇌의 시냅스와 뉴런을 모사하기 위한 소자 개발 등 뉴로모픽 컴퓨팅 연구를 지속하고 싶다. 또 전문분야이기도 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관련 연구도 하고 싶다.
윤 박사는 "뉴로모픽 컴퓨팅 연구를 하면서 융합연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뇌를 모사하기 위해 인간 신체, 여러 감각을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센서 연구 등이 통합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종합연구가 가능한 KIST에서 그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