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뉴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기훈 교수 연구팀은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김호민 교수 연구팀 (기초과학연구원 (IBS) 바이오분자 및 세포구조연구단)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췌장암에서 종양 섬유화가 유도되는 새로운 기전을 발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항암 신약 후보물질 ‘Ate-Grab’ 개발에 성공하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에 보고된 바 없던 새로운 종류의 암-연관 섬유아세포 아형 발견을 통하여 종양 섬유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기존 항암제에 대한 치료저항성 극복 및 췌장암의 약물 반응성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췌장암은 각종 소화 효소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발생한 종양으로 초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조기 발견율이 매우 낮고, 진단 당시 50%의 환자가 진행된 병기(Advanced stage)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5년 생존율이 약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 매우 예후가 좋지 않은 암종이다. 애플 창업자인 Steve Jobs도 극복하지 못한 이 췌장암의 경우, 치료적 한계가 명확한 세포독성 화학항암제가 아직도 주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표적항암제(Targeted therapy)나 최근 다양한 암종에서 주목할만한 효과를 보이고 있는 면역관문억제제(Immune-checkpoint inhibitor)의 경우 췌장암 치료에는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췌장암 치료저항성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암세포 주변에 콜라젠과 같은 세포외기질이 과도하게 침착되어 결합조직이 형성되는 종양 섬유화(Tumor desmoplasia)를 꼽을 수 있다. 종양 섬유화는 치료약물의 전달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혈관 압박(Vessel compression) 및 저산소증을 유발하여 종양세포 악성화 증가, 면역억제성 세포로의 형질 전환, T 세포 억제 등 다양한 치료저항성 기전을 활성화한다. 암세포 주위에 존재하는 암-연관 섬유아세포(Cancer-associated fibroblast)가 콜라젠으로 대표되는 세포외기질을 분비하여 종양 섬유화를 주로 유도하기 때문에, 국내외 제약회사들이 앞다투어 암-연관 섬유아세포를 타겟하여 종양 섬유화를 조절하는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연구진은 췌장암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기존 항암제 중 하나인 Gemcitabine이 오히려 종양 내 PlGF/VEGF-A를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췌장암 주변 암-연관 섬유아세포가 활성화되고 종양 섬유화가 촉진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하여 연구진은 종양 내 PlGF/VEGF-A와 PD-L1을 동시 타겟하는 항암제 후보물질 Ate-Grab을 개발하였으며, 전임상 마우스 췌장암 모델에서 항종양 효과를 확인하고 Two-photon microscope(이광자 현미경)을 통해 항섬유화 효과를 검증하였다. 뿐만 아니라, Single-cell RNA 시퀀싱을 통해 Gemcitabine과 Ate-Grab의 병용 요법이 기존에 보고된 바 없던 CD141 양성의 암-연관 섬유아세포를 특이적으로 감소시킴을 발견하였다. 흥미롭게도 CD141 양성 암-연관 섬유아세포는 병적인 섬유화를 촉진 및 안정화하는 여러 가지 유전자적 특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특히 나쁜 예후의 췌장암 환자들에서 높은 연관성을 나타내었다. 이를 통해 기존 치료제인 Gemcitabine과 신약 후보물질 Ate-Grab 병용 요법의 높은 임상적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기훈 교수는 “낮은 약물 반응도로 치료에 큰 어려움이 있던 췌장암에서의 치료 저항 기전을 심도 있게 연구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호민 교수는 “CD141 양성 암-연관 섬유아세포의 발견과 이를 타겟하는 ‘Ate-Grab’의 개발은 췌장암 치료 저항성 극복에 있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인용지수 17.694) 온라인판 10월 22일 자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