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뉴스]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정영수 교수팀이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병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조리 연기(Cooking Oil Fumes, COFs)의 발생 특성과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을 밝히는데 성공했다.

정영수 교수 연구팀은 “표준화된 조리 연기 생성 시스템을 구축해 음식의 종류, 조리 온도 등에 따른 조리 연기의 특성을 파악하고 인체 유해 정도를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11월 30일(수)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조리 연기의 물리화학적 특징과 독성 기전을 규명하여 실내 환경에서 기인한 폐암 발병 원인을 예방하는데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 연기는 여러 가지 유기 물질과 미세 입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표적인 물질에는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PAHs), aldehydes, heterocyclic amines (HCAs)와 같은 1급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조리 연기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천식, 폐렴, 폐암 등 심각한 폐 질환을 겪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조리 환경에 노출 빈도가 높은 비흡연 여성 폐암 발병의 주된 원인으로 여겨져 왔다.

기존 연구에서는 다양한 조리 환경(음식의 종류, 조리 온도, 조리 방법 등)으로 인해 조리 연기 중 정확히 어떤 성분이 어떠한 기전으로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현재까지의 연구들은 실제 조리 환경을 구현하여 조리 연기를 포집 및 평가하였기 때문에 특정 환경에서 발생하는 조리 연기의 성분과 물리적인 특성을 일정하게 생성, 평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조리 연기 생성 시스템을 통해 육류 조리 중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HCAs 중 PhIP 전구체를 이용하여 각 온도에 따라 균일한 성질의 조리 연기를 발생시켰다. 또한 조리 온도별 발생하는 유해 성분을 규명하고, 해당 성분의 물리적인 특성을 분석하여 각 조리 연기가 실제 인간의 폐에 노출되었을 때 세포 수준에서 미치는 영향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또한 특정 Smoke point 이상의 온도에서는 조리 연기 중 입자상 물질이 세포 내 활성산소를 크게 증가시켜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고, 급격한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음식 성분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나노 크기의 입자상 물질이 알데하이드와 같이 잘 알려진 휘발성 유해 물질 이상으로 폐 염증 반응에 주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새롭게 보여준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여성 폐암 발병의 원인으로 꼽히는 조리 연기의 조리 온도에 따른 발생 양상과 인간 폐 세포에 염증을 일으키는 기전을 밝혔다. 향후 새로 개발된 조리 연기 생성 시스템을 이용하여 특정 조리 연기의 생성 경로를 파악하고, 질병 모델링을 통해 조리 연기에 의한 폐 질환을 예측,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유해물질저널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IF=14.224, JCR ranking < 5%)에 1월 5일 게재됐다.

기계시스템학과 정영수 교수는 “조리 중에 발생하는 미세먼지(연기)의 물리적 특성과 화학적 특성을 개별적으로 조절하여 위해성을 정밀하게 밝힐 수 있는 연구 방법론을 제시했다”며 “향후 비흡연 여성 폐암뿐만 아니라 급식 시설과 요식업 작업 환경에서 발생하는 급성, 만성 폐 질환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