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뉴스] 성균관대 사회학과 이해나 교수 연구팀이 어린 시절의 납 노출이 노년기 뇌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해나 교수는 이같은 연구 내용을 Science Advances(IF: 14.14)에 한국 사회학자로는 최초로 게재하였다. 이해나 교수는 미국국립보건원의 NIH K99/R00 Pathway to Independence Award에 선정되어 본 연구를 진행하였다.
납 등의 중금속은 몸에 한번 들어오면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납이 체내 축적되면 장기가 손상되고 혈액 형성에도 문제가 생기지만 무엇보다도 뇌에 손상을 주기에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11월 미국 플린트시 납 수돗물 사태로 아동의 뇌 발달에 납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된 바 있지만 어린 시절 체내에 축적된 납이 청소년기, 성인기를 거쳐 노년기 뇌 기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 없다.
납의 노출 경로는 다양하지만 20세기 초반 대다수의 사람들은 수돗물을 통해 납에 노출되었다. 20세기 초 많은 도시가 수돗물 공급 배관으로 납 파이프를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납이 구리보다 내구성과 유연성이 좋았던 탓에 구리로 만든 배수관보다 납으로 만든 배수관이 더 인기가 좋았다.
납이 수돗물에 오염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부합되어야 한다. 첫째는 수돗물이 공급되는 배관이 납으로 만들어졌어야 하며, 둘째 물이 산성이거나 알카리성이 높아야 한다.
기존 고령층 패널조사에는 노인들의 어릴 적 거주 환경에 대한 정보가 거의 수집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릴 적 중금속 노출의 장기적 영향을 알아볼 수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해나 교수 연구팀은 머신러닝을 사용해 미국고령자패널(Health and Retirement Study)과 1940 미국 인구총조사 데이터를 결합하였다. 이 데이터와 과거 수도관 자료, 수질자료를 사용해 미국의 노인(1926~1940년생) 1,089명이 자란 도시의 위치 및 납 수돗물 노출의 여부를 파악하였다.
그 결과 어린 시절 납 수돗물을 먹고 자란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노년기에 접어들어 현저히 낮은 인지능력을 경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개인의 교육수준, 소득수준, 기저질환(뇌졸중)등을 통제하고 나온 결과로, 어린 시절 납 노출이 영속적인 성격(health-enduring effects)이 있다는 놀라운 결과를 도출했다.
본 연구는 유전, 소득, 건강수준과 같은 개인적인 특성을 통해 뇌 질환 및 노화를 규명하고자 하는 기존 연구를 보완하는데 의의가 있다. 머신러닝 테크닉을 사회조사와 병합함으로써 건강사회학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조사방법론의 융복합적 연구방법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는 미네소타주립대학 사회학과 John Robert Warren 교수, Mark Lee 박사와 노스웨스턴대학 경제학과 Joseph Ferrie 교수와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