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술뉴스] 세균, 바이러스, 미세조류는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로, 흔히 백신이나 식품의 발효제로 활용된다.
2010년, ‘마이코플라즈마 마이코이즈(Mycoplasma mycoides)’라는 인공 미생물이 개발되면서, 대장균이나 효모 등의 산업 미생물을 의약품이나 석유 대체 화학물질로 만드는 ‘세포공장’으로 활용하는 기술이 주목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 세포공장은 지금까지 하나의 미생물 균주를 사용해야 해 다양한 공정을 개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양한 공정을 도입하기 위해 여러 미생물 균주로 배양을 하면 이 미생물집단들이 사람처럼 서로 경쟁하면서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화학공학과 정규열 교수‧강채원 박사‧임현규 박사, 중앙대 화학과 성재영 교수‧박사과정 원재혁 씨 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지 최신호를 통해 여러 미생물 균주를 공배양하면서 ‘파퓰레이션 가이더(population guider)’라는 이름의 유전자 회로*2를 도입, 미생물끼리 공생을 유도해 생산성을 높이는 생물공정 기술을 발표했다.
산업 미생물을 ‘세포공장’으로 만들어 화합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의 미생물 균주를 배양하는 순수배양 기술을 활용하는데,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활용할 수 있는 균주 개발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여러 특성을 가진 균주의 공생을 활용한 방법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각자 다른 미생물집단이 경쟁하면서 안정적인 생산을 보장할 수가 없었다.
연구팀은 합성생물학의 주요 기술로 손꼽히는 유전자 회로를 미생물들의 ‘가이드’로 활용했다. 다시마 등 해조류에 들어 있는 알긴산을 활용하는 Vibrio sp. dhg 균주와 대장균 균주를 이용해 페인트나 물감, 섬유와 기저귀에 사용되는 3-하이드록시프로피온산(3-HP)을 만들면서, 대장균에서 이 물질이 합성될 때 3-HP 의 생산성에 반응하여 암피실린*3을 분해하는 ‘파퓰레이션 가이더’라는 이름의 유전자 회로를 넣었다. 이렇게 유전자 회로를 넣은 경우암피실린에 의해 선택적으로 생존이 조절되며 3-HP 생산성이 가장 높아지도록 미생물 간의 협력이 이루어지도록 해 유전자 회로를 넣지 않은 상태보다 4.3배나 더 많이 합성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주도한 정규열 교수는 “이 기술은 인공 유전자 회로가 여러 균주를 사용해 화합물을 만들 경우 상호경쟁으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제안한 것”이라며 “미생물 ‘세포공장’의 생산성과 다양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C1 가스리파이너리 사업과 글로벌 연구실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